- 여행기 : 유럽 배낭여행(2001),  ~ 2001

독일 – Erfurt (2001.06.30) – Day 4

워크 캠프 장소로 이동 (에어푸르트)

로덴부르크에서의 2박3일 동안의 일정을 마치고 오늘은 워크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독일의 에어푸르트라는 곳으로 떠나야만 한다. ‘로덴부르크’ 꼭 다시한번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에어푸르트로 가기 위해서는 열차를 3번 갈아타야만 했다. 처음 타 본 독일의 고속열차 ICE 시속 250km 서울 지하철 정도의 진동만이 느껴질 뿐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후 1시정도에 목적지인 에어푸르트에 도착했다. 주위에 동양인이라고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작은 읍내에 온것 같은 분위기다. 우리가 참가하는 캠프에 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시 외곽으로 간 뒤 버스를 타야만 한다. 마침 주위에서 우릴 지켜보던 할머니의 도움으로 비교적 수월하게 시 외곽으로 가는 트램을 탈 수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광고판의 맥주가 눈에 아른거린다.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의 캠프지인 올렌도프로 가는 버스가 3시간 후에나 도착하는 것이다. 게다가 오늘이 토요일이다 보니 하루 단 3번만 운행한다고 한다. 더운 날씨에 승강장에 앉아서 막연히 버스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옆에서 꼬마가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아~ 갈증이 밀려온다. 하지만 이 근방에 유일하게 있는 식료품 가계가 토요일이라 문을 닫아버렸다. 3시간을 기다린 후에 버스를 타고 올렌도프로 이동하게 되었다. 3시간을 기다려서 버스를 탔지만 이동한 시간은 단 16분 이었도.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지리만 알 수 있었다면 걸어서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거리였던 것이다. ㅜㅜ

긴 여정 끝에 도작한 올렌도프 성. 과거 이 지역의 영주가 살던 성이라고 한다. 성이라고 하기보단 그냥 작은 규모의 저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500년이상 된 건물이라서 건물 곳곳이 무너져 있고 건물의 천장이 군데 군데 뚫려 있다. 게다가 몇 년은 된 듯한 거미줄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철거해야 될 것 같은 완벽한 흉가다. 우리는 이곳에서 2주 동안 건물을 복원하는 자원 봉사 활동에 참여하기도 되어 있다. 나의 유일한 동행자인 원이가 한마디 한다. ‘그냥 뮌헨으로 가자’ 솔직히 나 또한 실망한 것이 사실이다. 캠프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었다.
잠시 후 캠프를 진행하게 될 책임자가 도착했다. 우리가 하루 일찍 도착해서인지 아직 캠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모양이다. 우리 두명과 캠프 책임자 그리고 그의 부인, 도착했을때 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던 독일인 마틴과 함께 캠프 준비를 해야만 했다. 아까부터 목이 말랐던 상황이라 물을 좀 달라고 했더니 독일인들은 찬 음료나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뜨거운 차를 권한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앞으로 2주간의 캠프 생활이 수월하지는 않을것 같다. ^^

우리가 2주간 지내게 될 올렌도프 성을 소개합니다.
주위에 정말 아무것도 없네요. ^^

저녁 10시가 되어 모두가 돌아가고 나와 원이만 이곳에 남게 되었다. 드디어 드라큐라 성(우리가 지은 이름이다)에서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드라큐라 성에서의 첫날밤이다. 원이는 지금의 상황을 지옥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침낭에서는 쉰내가 나고 시트는 눅눅하고, 매트리스는 쓰레기장에서 주워온 것들 같다. 귓가에서는 유럽의 흡혈귀들이 앵앵거리며 날고 있다. 게다가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완벽한 공포 영화 촬영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수도 없이 들었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캠프에 참가해야만 했다. 쉽지 않았던 여정과 주위의 환경 때문인지 오늘 하루는 정말 힘든 하루였던 것 같다. 과연 이 밤을 무사히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

표정으로 현 상황을 표현하는중 ^^
뒤에 있는 성을 고치는 작업을 2주간 진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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